불길을 뚫고 화재 현장에 진입한 119구급대원들과 이웃주민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지난 9일 새벽 6시20분 거제소방서 119 구급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절박함에 떨리고 있었다. 집안에 불이 났다는 화재 신고였다.
신현읍 양정리 덕산베스트 1차 아파트 15층. 화재 장소가 확인되자 신현 119 안전센터(선터장 박종범·52)의 구급차와 소방차가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10여분만에 도착한 화재현장, 15층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시커먼 연기와 불꽃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어머니와 두 명의 어린 딸이 집안에 갇혀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거제소방서 소속 구조대와 소방차량들이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신현 119안전센터 간이구조대 이승원(35), 조명렬(39)소방교가 소방장비를 들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곧바로 소방서 구조대 김원모(38), 최무선(34)소방교가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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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새벽 발생한 신현읍 양정리 덕산베스트 아파트 화재현장. 시커멓게 그을린 소파와 거실벽이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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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15층 문 앞, 아래층에 살고 있는 윤장훈씨와 김병주씨,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잠긴 문을 열고 있었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도움은 대원들에게 큰 힘이 돼줬다.
문을 열자 뜨거운 불기운과 검은 연기가 대원들을 덮쳤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옥내 소화전을 연결해 진화에 나서는 한편 인명구조에 들어갔다.
천우신조였는지 구조자가 기다리고 있는 큰 방쪽으론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은 채 거실과 베란다 쪽으로만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열기를 뚫고 안방으로 진입한 대원들은 이불을 덮은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세 모녀를 구출했다. 화재현장에 도착 한 뒤 5분여만에 이뤄진 신속한 구조였다. 인명 구조가 성공하자 40여명의 소방관들이 고가 사다리차량 등을 이용, 1시간 여만에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승원 소방교는“아이를 구출해 계단을 내려오는데 아이가 저를 올려다보며 “전에 봤던 아저씨네요”라고 말을 걸어왔다”며 “아이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조명렬 소방교는 “아주머니가 탈출을 위해 문을 열고 나오려 했으면 오히려 더욱 위험할 뻔했다”면서“휴대전화로 소방관과 통화하며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 화를 면하게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웃주민 이순옥씨(여·33)는 “불이 났다는 소리에 나가보니 연기와 불길이 엄청나 집안 사람들이 모두 죽은 줄로만 알았다”면서 “아이들과 엄마가 모두 무사히 구조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범 신현 119안전센터장은“신속한 출동과 구조, 구조자의 침착한 대응, 이웃주민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어우러져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화재를 사전에 방지했다”면서“고층 아파트 화재의 경우 무리한 탈출보다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물에 적신 이불 등으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화재는 거실 소파에 켜 둔 전기장판이 과열되며 발생한 것으로 소방서 추산 4천 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