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어젯밤, 저는 생전 처음 겪는 공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객지에서 홀로 맞이한 그 밤, 갑작스레 찾아온 다리 경련은 저의 양 다리, 특히 발과 발가락, 정강이 등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마비 증상을 불러왔습니다. 마치 뼈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나름대로 응급조치라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다리는 점점 굳어지고 심지어는 감각마저 무뎌지는 마비 증세까지 보이며 저를 불안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듯했습니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수차례에 걸쳐 전화를 해도 연결조차 쉽지 않았고, 계속해서 "119로 연락하라"는 기계적인 자동응답 메시지만 흘러나왔습니다. 119는 정말 위급한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에, 저의 고통이 그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하지만 2차 마비 증상이 시작되자, 제 안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습니다. 홀로 객지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저를 고립시키는 듯했고, 아무리 다리를 높이 들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나름의 스트레칭을 해봐도 심한 경련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온 몸의 신경이 다리로 집중되어 마치 칼날로 쑤시는 듯한 고통이 반복되자, 저는 정말이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오후 1차 경련이 왔을 때,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반신욕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잠시나마 경련과 마비가 누그러지는 것을 경험했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귀한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틈타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뼈가 부러지거나 피를 흘리는 응급 환자가 아니다”는 차가운 말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허탈함과 서러움에 혹시 차안에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브레이크도 제대로 밟을 수 없을 것 같아 잠시 양해를 구하고 고객대기실의 나란히 붙은 3개의 의자에 가방 위에 다리를 높이 올리고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찜질팩 등으로 다리 부위를 계속 감싸며 마비나 경련이 다시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밤이 되자 더욱 격렬한 2차 경련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정말이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장이 조여왔고, 이대로 잘못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다시금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몸을 담그고 마비 증상을 가라앉히며, 아까 들었던 "119와 상담해 보라"는 자동응답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더 이상 버틸 힘도, 방법도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주소방서 문산119안전센터 소방교 김희영님과 유소영님, 소방사 차승현님이 폭우를 뚫고 황급히 달려와 주신 것입니다.
현관에서 들어오는 세 분의 모습은 마치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휠체어 같은 이동 기구(침대로 변화기도 함)에 몸을 싣고 119 차량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습니다. 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중 한 분의 여성 대원님께서 주저 없이 자신의 비옷을 벗어 저에게 덮어 주시고는 본인은 온몸으로 비를 맞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제 가슴은 뭉클함을 넘어 뜨거운 감동으로 차올랐습니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그 숭고한 희생과 봉사정신에,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의 여성 대원님께서는 저를 위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응급실 세 곳에나 전화를 돌려주셨습니다. 두 곳에서는 “받아줄 수 없다”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지만, 대원님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마침내 가장 제일 먼 곳에 있는 세 번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저를 받아준다는 소식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그 먼 곳까지 안전하게 저를 데려다주신 그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픈데, 정말 너무나 아픈데도 뼈가 부러지거나 피투성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아 속상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때, 한 대원님께서 저의 상한 마음을 헤아리며 "아직 의료분쟁이 끝나지 않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이 의사마다 진료에 대한 견해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저의 답답하고 서운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소방사 차승현님도 고생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 폭우 속에서 저를 두 분의 여성대원님과 함께 119 차량으로 옮기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기느라고 아마 진이 다 빠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주소방서 문산119안전센터의 소방교 김희영님과 유소영 두 분의 여성대원님과 소방사 차승현 한 분의 남성대원님, 그 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정말 공포에 질린 채 밤을 지새우며 별별 생각을 다 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단순히 응급 구조를 넘어, 한 인간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주셨습니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주사 등을 맞고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나서야 저는 저를 괴롭히던 경련의 원인이 허리디스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디스크, 유착성관절낭염으로 이미 치료 중인 상황에서 허리디스크까지 겹쳐 총체적 난국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폭우를 뚫고 달려와 준 119, 이 병원 저 병원 마다하지 않고 받아주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끈기 있게 병원을 찾아준 119가 있기에 저는 불안과 초조 속에서 절망을 보는 대신,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119는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환자를 먼저 생각하며 비옷을 벗어 덮어주고,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환자를 위해 끈기 있게 병원을 찾아준 이 분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봉사는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합니다. 이 분들은 단순히 직업적 의무를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진정한 영웅들입니다.
이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봉사로 인해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거나 비틀거려도 꾸역꾸역 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이 분들의 권익 향상과 복지 증진 등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 분들의 노고에 합당한 대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분들이 더욱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119 여러분의 늘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 국민은 오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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