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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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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소방서 119구조대님께 늦었지만 감사 인사 올립니다.
작성자 한도인 등록일 2023.12.06
지난 12월3일 일요일 오후 1시경 밀양 천황산에서 하산도중에 길을 잃어 밀양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이들어가면서 체력도 나빠지고 우울감도 생겨서 소위 말하는 '안내산악회'라는 데를 문의하여 산행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12월 3일(일)에도 그렇게 천황산 산행에 나섰는데, 같이 간 분들은 이미 오랜기간 산행을 하신 분들이라 산악회에서 준비한 코스(배내골?~천황산~제약산~무슨무슨? 폭포~표충사)가 제게는 좀 많이 벅찬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천황산 주변을 산책하다 표충사로 하산하겠다고 산행 주선자에게 말을 해두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표충사에서 제약산을 올라 사자평 지나 어찌어찌 다시 내려왔던 기억이 있어서 혼자서도 잘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케이블카 타고.. 천황산 올라 구경도 하고.. 그러다 제약산 방향으로 조금 가니 쉼터가 있고 그 옆으로 표충사 3.4km라는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이제까지 왔던 데크가 깔리고 짚(?)으로 다져놓은 멋진 길이 아니라 사람하나 지나갈 만한 좁은 옛날 등산로 였습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못된 시각이었습니다.

   혼자서(등산객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날 천황산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별 무리없이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정표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응급 전화할 때 보라는 표시목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이 마지막이었죠. 그때만 해도 내려온 시간으로 거리를 가늠하면서 아마 2km 중반 정도 남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고 나뭇잎에 덮인 길이 희미해지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얼마를 더 힘들게 힘들게 거의 엉덩방아 찧는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한시간 쯤 지났을 때, 별볼일 없던 체력이 바닥이 났고 다리가 후둘거려 서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길은 여전히 있는듯 없는듯 했고 경사는 한발짝 잘못 딛으면 그대로 굴러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더 나아갈 방향도 모르겠고 힘도 완전히 빠져서 '아 이렇게 조난을 당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때가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고 염치없지만 119에 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제대로 내려오긴 한건지, 알 길이 없어서 굉장히, 산에서 난생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19에 전화하니 바로 밀양소방서 119구조대의 어느 분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게, 믿음직스럽게, 톡을 주시고 전화주시고 설명해주시고 안심시켜주시고... 약 30분 정도를 그렇게 비대면인 상태로 지켜주셨습니다. 그 사이 그 분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지도를 열고 말씀하신 방향대로 조금씩 이동하니...세상에!!! 멀쩡한 길이 좁은 계곡 건너에 보이는 겁니다!!! 평탄한 등산로에 올라서자 정말로 맥풀려서 서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잠시 혼자 울다가 일어서 걷기 시작하고 1분이나 지났을까.. 저 밑에서 올라오고 계신 주황색 무리(죄송. 그렇게 보였습니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지요. 아마 왠 여자가 저러고 있나 하셨을 겁니다. 저를 지나쳐가려고 하셨거든요. 그분들이 보기에는 제가 너무 멀쩡해 보였나 봅니다. 다행인지 아닌지.

   물 얻어 마시고 정신줄 챙기고 감사인사드리면서 비로소 제가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느꼈습니다. 지도도 없고 일행도 없고 물도 없고 경험도 없고..도대체 뭘 믿고 혼자 내려왔는지.. 반성의 심정 만큼이나 감사한 마음 또한 크고 절실했습니다. 말로만 인사하는게 너무 너무 민망했습니다.

   제게 와주셨던 구조대분들, 지휘자이신 둣한, 앞서 올라오시고 내려와서는 차량 옆에서 끝까지 지켜봐 주시던 두 세분, 소방차를 몰고 오신 (목소리만 들은) 분, 특히 차량으로 이동까지 시켜주신 세 분께 이 글로나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성함이 기억이 안나서 홈페이지를 샅샅히 뒤졌는데, 구조대 2팀이라는 단서로는 세 분을 특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최씨(맞나요?) 성을 가진 과묵하고 샤프하게 생기신 분, 영웅이란 이름을 가진 마스크 쓰신 분, 제옆에 계셔서 명찰이 끝까지 안보인 귀엽고 다정하신 분, 세 분은 모두 구조 지식이 해박하시고 맡은 임무에 성실하시고 말 한마디 한마디 책임감있고 유쾌하고 솔직하고..  잘 생기기까지 하시니, 이제 생각하니 119구조대 (달력) 모델을 하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집에 돌아와 온몸에 남아있는 통증과 피로감을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여길 수 있게 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119와 구조대 분께 제 위치를 알려드렸던 사진과 (마침내 발견한) 등산로 사진 첨부합니다. 이젠 기념사진이 됐네요) 

   천안에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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