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불을 끄는 모습이 떠오를 겁니다. 하지만 불이 꺼진 뒤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소방관도 있습니다. 바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시민이 없도록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화재조사관’입니다. 저희는 현장 출동, 행정 등 일반 직무를 맡아오다 약 2년째 화재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화재조사 능력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기술경연대회에 도전했습니다.”
‘제37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조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진주소방서 김도영 소방교(27)와 김지민 소방사(31)의 말이다.
제37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조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진주소방서 김도영 소방교(사진 왼쪽)와 김지민 소방사(사진 오른쪽)가 지도자 오용태 주임과 찍은 기념사진./ 사진=진주소방서 제공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중앙소방학교에서 개최된 ‘제37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조사분야에 처음 출전한 김도영 소방교와 김지민 소방사는 예선인 경남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여성소방관 최초로 1위를 거머쥔 데 이어, 전국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두 소방관은 “오용태 진주소방서 화재조사관 주임님을 비롯한 다양한 분들의 도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화재조사 분야 기술경연대회는 2인 1팀으로 진행돼 화재조사관의 이론적 지식을 측정하는 필기시험과 실제 화재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에서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밝혀내는 실기시험으로 치러진다. 지난 5월 30일에 진행된 필기시험에서 3위를 거둔 두 소방관은 6월 4일 진행된 실기시험에서 공동 1위를 했다. 점수를 합산한 결과, 두 소방관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오용태 주임, 김지민 소방사, 김도영 소방교가 가상의 상황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진=진주소방서 제공
이들은 오용태 주임이 지정한 문제를 풀어보고 질문하거나, 가상의 상황에서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또한 실제 화재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선임 조사관에게 들은 비법을 바탕으로 시험에 임했다.
화재진압대원 3년 차인 김지민 소방사는 “출전하신 분 중 10년·14년 차 화재조사관 분들도 있어서 긴장했지만, 함께 연습해 왔던 시간이 있으니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며 좋은 결과의 배경에는 동료애가 있었다고 전했다.
두 소방관은 진주소방서 내에서는 서로 다른 팀이지만, 대기 근무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적 있다. 같은 여성 소방관이자 경력이 비슷한 만큼 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는 게 이들의 설명.
화재진압대원 4년 차인 김도영 소방교는 “팀워크가 중요한 분야이다 보니, 김 소방사는 불이 난 지점을 확인하고 저는 불이 난 요인을 체크했다”며 “전기, 가스, 부주의 등 불이 난 요인과 관련해 논리적 화재 원인을 밝혀내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도영 소방교가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화재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사진=진주소방서 제공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대회 실기시험 현장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관계인에게 초기 상황을 물어보는데, 대회는 사전 정보 없이 오직 관찰한 것을 통해 화재 원인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첫 대회 출전이었던 두 소방관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의지해 현장을 여러 관점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김 소방교는 “하나에 꽂히면 주변 상황을 못 보고 잘못 판단할 수 있어 현장을 여러 번 살피며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은 "이번 대회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태양광발전 설비·전기차 등으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화재도 잘 규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는 현장활동에 필요한 소방전술 역량 강화와 팀워크 향상을 목표로 1983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소방 부문 11개와 민간 부문 2개 종목으로 진행됐으며, 그 중 화재조사 분야는 화재조사관을 위한 종목이다.
화재조사관은 신고접수와 동시에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해 출동한다. 현장에 도착해 초기상황을 촬영하고 관계인 등을 확보한다. 화재진압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현장 조사가 시작된다. 화재 현장 내부에 진입해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관계인 질문, 현장 발굴 및 증거물 수집, 사진 촬영 등을 한 뒤 사무실에서 피해액을 산정해 조사서를 작성한다.
김도영 소방교, 김지민 소방사. (사진 왼쪽부터)/ 사진=진주소방서 제공
김도영 소방교는 “화재조사는 객관적 증거를 과학적으로 풀어서 원인을 밝힌다”며 “작성된 조사서는 화재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유사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민 소방사는 “조사관들이 밝힌 원인이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협하는 것일 수 있어 마음이 아플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 보람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은 “현장에 나가보면 조금만 신경 쓰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에게 안전을 둔 의식을 높여줄 것 등을 당부했다.
/ 정성희 기자 huis0chic@scs.co.kr
출처 : [인터뷰] 소방대회 첫 출전에 전국 1위한 진주 여성 소방관들 < 이슈탐구생활 < 투데이슈 < 기사본문 - 투데이서경 (todays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