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저자 : 이소영 출판 : 에크로스
「 가진 자들이 얼마나 더 소유했는지에 분개하지 않는 나는, 덜 가진 이들이 나만큼이나마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말하자면 그건 '만족한 자'의 윤리적 책무가 아닐까. 이를 저버리는 순간 나는 물욕 없음을 내세우며 안빈낙도 운운하는 배부른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별것 아닌 선의" 중에서. 이소영. 에크로스>
------------------------------------- 「 빈곤과 부조리를 미담으로 덮으려는 사회가 문제적이란데에 동의한다. '신사와 노숙인'으로 대비되는 이미지가 자칫 후자를 온정에 감사해야 할 수혜자로 박제화할 수 있음도, 아름다운 한순간을 이렇게나 많이 기억하며, 우리가 어제와 다음 날의 서울역은 마치 없는 것인 양 착각할 가능성도, 문제의 원인을 치열하게 파고들어 투쟁해야 할 사안에서 약자를 동정하는 데 그치게 만드는 '분노 없는 연민'은, 문제의 원인으로 악인을 지목하고 그에게 분노를 터뜨림으로써 손쉽게 정의감을 얻는 '연민 없는 분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미담'에 냉소할 수 없었다. 선의가 하나 더해진 세상이 그것마저 제해진 세상에 비해 그 크기만큼은 나을 거라 생각해서다. 설령 이를 통해 부당하게 가진 자들이 회개하거나 너무 많이 가진 자들이 호주머니를 열거나 서울역 노숙인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닐지라도 찰나의 선의는 그 자체로 귀하며,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 < "별것 아닌 선의" 중에서. 이소영. 에크로스> -------------------------------------- 때론 뉴스를 보면 작은 선의의 행동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경우를 본다. 그와 반대로 선의의 행동이 '아직도 우리사회는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하고 되네이게끔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별 상관하지 않는다. 잠시 입에 올리거나, 머리위에 쉼표를 두고 머무르게 한 후 이내 사라져 버린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사회에 너무 길들어져 나의 생산물(물욕)에 관심을 둔 나머지 타인의 선의에 냉소를 보내고, 타인의 불의에 당연함으로 가장된 인정이 난무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보면 그동안 잊고 지냈거나 잊혀져 간 아주 사소한 일들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만족하면 그만인 것이고, 내 가진 것(사물이든, 정신이든, 행동이든)을 작지만 건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되묻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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